Ironstone Insight · 돈은 왜 움직이는가
자본은 왜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 낯선 나라로 향할까?
WHAT | 제로금리 실험. 금리가 사라진 나라
2001년 3월 19일, 일본은행은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꿨다. 금리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금융기관이 일본은행에 맡겨 두는 당좌예금 잔액을 새로운 정책 목표로 삼았다. 처음 목표는 약 5조 엔이었고, 하룻밤 단위의 콜금리는 사실상 0% 근처로 내려갔다. 목표는 계속 늘어 2004년에는 30조~35조 엔까지 커졌다.
금융기관에는 돈이 넘쳤지만, 일본 안에서 그 돈으로 벌 수 있는 수익은 거의 없었다.
2000년대 일본의 단기금리는 사실상 0%였고, 2006년 제로금리를 해제한 뒤에도 0.25~0.5%에 머물렀다. 같은 시기 호주의 정책금리는 6%대, 뉴질랜드는 7~8%대였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산 보유국의 금리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WHY | 싼 돈은 더 높은 수익을 찾는다
낮은 금리는 예금자의 이자를 줄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은행과 보험회사, 연기금처럼 거대한 돈을 운용하는 기관은 정해진 수익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 채권의 수익이 낮아지면 더 긴 만기의 채권을 사거나, 신용위험을 더 떠안거나, 해외로 나가야 한다. 자본이 ‘일본을 싫어해서’ 떠난 것이 아니다. 저금리가 자본의 상대가격을 바꿨다. 금리는 돈의 가격이면서, 돈의 방향을 정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방법은 단순했다.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팔고, 금리가 높은 나라의 채권이나 예금을 산다. 엔화를 0.5%에 조달해 6%를 주는 자산에 투자하면 그 차이가 남는다. 레버리지를 쓰면 작은 차이도 크게 불어난다. 이것이 엔 캐리 트레이드다.
투자자들이 엔화를 팔수록 엔화는 약해졌고, 해외 자산을 산 사람은 환율에서도 이익을 얻었다. 수익률과 환율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동안 이 거래는 거의 완벽해 보였다.
헤지펀드만의 이야기도 아니었다. 1998년 외환거래 자유화 이후 ‘와타나베 부인’으로 불린 일본 개인투자자들이 FX로 고금리 통화를 샀고, 보험사와 기관투자가는 해외자산 비중을 늘렸으며, 기업은 해외에 공장을 짓고 기업을 인수했다.
그 결과 일본이 돈을 버는 방식이 바뀌었다. 2024년 무역수지는 약 3.9조 엔 적자였지만, 해외투자에서 생긴 이자와 배당 등을 담는 제1차 소득수지는 약 40.2조 엔 흑자, 경상수지는 약 29.3조 엔 흑자였다. 다만 이 흑자에는 해외 자회사가 현지에 다시 투자한 이익도 포함돼 있어, 전액이 일본으로 돌아오는 현금은 아니다. 2024년 말 대외순자산은 약 533조 엔(최초 발표 기준)으로, 처음으로 독일에 1위를 내줬지만 여전히 세계 최대급 채권국이다.
해외로 나간 돈은 다시 시장을 바꿨다. 자금이 몰린 나라의 자산가격은 오르고 수익률은 낮아진다. 가능한 경로 가운데 하나는 이렇다.
낮은 일본 금리 → 해외 자산 매수 → 해외 자산가격 상승 → 추가 자금 유입
실제 자산가격은 이 밖에도 많은 요인으로 움직인다. 다만 이런 흐름이 오래 이어지면 시장은 그 흐름이 영원할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모두가 같은 방향에 서 있을수록, 반대로 돌아설 때 출구는 좁아진다.
WATCH | 문제는 돌아오는 길이다
국경을 넘는 순간 돈에는 환율이라는 변수가 붙는다. 금리 차이에서 얻는 수익은 계단을 오르듯 매일 조금씩 쌓인다. 하지만 시장의 방향이 바뀌면 환율 손실은 엘리베이터처럼 한꺼번에 내려온다.
2008년이 그랬다. 금융위기가 깊어지자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에서 빠져나왔고, 빌렸던 엔화를 갚기 위해 엔화를 다시 사들였다. 약했던 엔화가 빠르게 강해졌다.
해외 자산 매도 → 외화 매도 → 엔화 재매수 → 엔화 강세 → 환차손 확대 → 추가 청산
돈이 나갈 때는 천천히 흘러갔지만, 돌아올 때는 한꺼번에 몰려왔다.
금융 현장에서 해외 자산을 볼 때 먼저 묻는 것은 수익률이 아니라 통화다. 어떤 통화로 벌고, 어떤 통화로 갚는가. 엔화로 빌려 외화 자산을 샀다면 결국 상환에 필요한 것은 엔화다. 환헤지로 그 틈을 줄일 수 있지만 비용이 든다. 그 비용은 대체로 두 통화의 금리 차이를 반영하고, 만기와 시장의 자금 사정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그래서 고금리 통화에서 얻은 초과수익의 상당 부분이 헤지 비용으로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해외투자의 실제 수익은 조달금리, 자산수익률, 환율, 헤지 비용, 그리고 필요한 순간 빠져나올 수 있는 유동성을 함께 봐야 알 수 있다.
지금 볼 숫자는 세 가지다. 일본과 해외의 금리 차이, 엔화의 방향, 환헤지 비용. 2024년 이후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이 숫자들은 다시 움직이고 있다.
IRONSTONE INSIGHT | 돈에는 국적이 없지만, 돌아갈 곳은 있다
어디에서 빌렸는가. 어떤 통화로 벌고 있는가. 그리고 돌아와야 할 때 어떤 길을 지나야 하는가.
돈은 나갈 때보다 돌아올 때 더 많은 것을 드러낸다.
KEY TERMS
엔 캐리 트레이드 낮은 금리의 엔화로 자금을 조달해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다른 통화의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
대외순자산 한 나라가 해외에 보유한 자산에서 외국인이 그 나라에 보유한 자산을 뺀 순액.
SOURCES
- 日本銀行, 「金融市場調節方式の変更と一段の金融緩和措置について」(2001.3.19)
- 財務省, 「令和6年中 国際収支状況(速報)」
- 財務省, 「令和6年末現在 本邦対外資産負債残高」(2025.5 최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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