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왜 수익보다 안전을 먼저 찾는가

Ironstone Insight · 돈은 왜 움직이는가

세계의 거대 자본은 왜 더 높은 수익 대신, 수익률이 더 낮은 자산을 고를까?

WHAT | 3.2%를 사는 사람들

2024년 12월 12일,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도쿄 지요다구 기오이초의 복합단지 ‘도쿄 가든테라스 기오이초’를 약 4,000억 엔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외국 투자자의 일본 부동산 투자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였다.

같은 도쿄 핵심지역에는 흥미로운 숫자가 있다. 일본부동산연구소 조사(2026년 4월)에서 마루노우치·오테마치 A클래스 오피스의 기대수익률은 3.2%, 히로시마 A클래스 오피스는 5.2%였다. 100억 엔에 적용하면 매년 2억 엔의 차이다.

이 숫자는 실제 거래의 수익률이 아니라 142개사 시장 참가자에게 요구수익률을 물어 집계한 값이다. 기오이초 거래의 수익률을 뜻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시장이 어떤 자산에 얼마나 낮은 수익률을 받아들이는지는 보여 준다.

그런데도 거대한 자본은 더 낮은 수익률의 도쿄 핵심자산을 계속 바라본다. 왜일까.

WHY | 낮은 수익률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가

높은 수익률은 공짜가 아니다. 공실, 임대료 하락, 그리고 팔고 싶을 때 팔지 못할 가능성이 들어 있다. 위험이 커지면 투자자는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다른 조건이 같다면 가격은 낮아진다. 반대로 안정성과 현금화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는 자산은 더 높은 가격, 더 낮은 수익률로 거래된다.

도쿄 핵심자산의 낮은 요구수익률에는 신용도 높은 임차인, 임대료 상승 기대, 대체하기 어려운 입지가 함께 들어 있다. 그리고 평소에 가장 덜 보이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출구(Exit), 자산을 다시 돈으로 바꾸는 길이다.

2008년 일본은 그 의미를 배웠다. 부동산 개발회사 어반코퍼레이션은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자금조달이 막혀 8월 13일 민사재생을 신청했다. 부채총액은 약 2,558억 엔이었다. 10월 9일에는 뉴시티 레지던스 투자법인이 J-REIT 최초로 파탄했다.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과 필요한 순간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도쿄 핵심자산은 사려는 사람의 폭이 넓다. 일본의 대형 부동산회사, J-REIT, 보험사, 해외 연기금과 국부펀드, 글로벌 사모펀드까지. 매수자가 넓으면 매각가격을 추정하기 쉽고,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주기 쉬워지며, 다시 투자자가 들어온다. 유동성이 유동성을 부르는 구조다.

단순한 가상 계산을 해 보자. 1억 엔짜리 도심 자산(수익률 4%)과 지방 자산(7%)을 10년 보유하면 임대수익 차이는 3,000만 엔이다. 10년 뒤 시장의 요구수익률이 각각 1%포인트 오르면, 임대수익이 그대로라는 가정에서 도심 자산 가격은 약 20%, 지방 자산은 약 12.5% 낮아진다. 계산만 보면 도심 자산의 충격이 더 크다. 그런데 이 계산에는 둘 다 원하는 순간에 팔 수 있다는 가정이 숨어 있다. 매수자를 찾는 데 몇 달이 더 걸리고 그사이 대출 만기가 돌아오면, 가격 결정권은 매도자에서 매수자로 넘어간다.

금융 현장에서 담보를 볼 때도 ‘얼마짜리인가’보다 ‘정말 그 가격에 팔 수 있는가’를 먼저 확인한다. 일본에서는 이를 환가성이라고 부른다. 담보는 차주의 현금흐름이 끊겼을 때 쓰는 두 번째 상환재원인데, 현금흐름이 끊기는 불황기에 시장의 매수자도 줄어든다. 담보가 가장 필요한 순간에 담보의 출구가 가장 좁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살 것인가, 얼마나 걸릴 것인가, 얼마에 팔 것인가를 묻고, 감정가격 전액이 아니라 안전마진을 둔 가치로 본다. 큰돈을 다룰수록 들어가는 길보다 나오는 길이 중요해진다.

WATCH | 출구가 넓다는 믿음도 가격이다 (2026년 10월 기준)

도쿄 핵심자산이라고 위험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같은 조사에서 향후 가장 큰 리스크로 ‘금리 상승’을 꼽은 회사가 122개사였다. 일본은행은 2025년 12월 정책금리를 0.75%로, 2026년 6월 1.0%로 올렸다. 응답자의 61.7%는 2027년 3월 말 장기금리를 ‘2% 초과~3% 이하’로 예상했지만, 2026년 9월 10년 국채금리는 이미 3%를 넘었다.

유동성도 영원하지 않다. 모두가 ‘언제든 팔 수 있다’고 믿고 몰리면 그 믿음 자체가 가격에 반영된다. 2020년 3월에는 세계에서 유동성이 가장 높다는 미국 국채시장에서도 ‘Dash for Cash’가 나타났다. 안전하다는 것은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다른 자산보다 출구가 넓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에 가깝다.

볼 것은 세 가지다. 설문의 기대수익률과 실제 거래수익률의 거리, 금리의 움직임, 그리고 대출기관의 태도와 부채 만기의 집중.

IRONSTONE INSIGHT | 안전의 가격에는 출구의 가치가 들어 있다

수익률은 평소에 보이는 숫자다. 출구는 위기가 와야 보인다.

내일 이 자산을 팔아야 한다면, 누가 살 것인가.

KEY TERMS

기대수익률 시장 참가자가 부동산 투자에 요구하는 수익률. 일본부동산연구소 조사는 응답자의 기대값을 집계한 것이다.

환가성(換価性) 담보자산을 실제로 처분해 현금으로 회수할 수 있는 정도.

SOURCES

  • 日本不動産研究所, 「第54回 不動産投資家調査」(2026년 4월 현재)
  • Blackstone, “Blackstone Announces Acquisition of Tokyo Garden Terrace Kioicho” (2024.12.12)
  • 帝国データバンク, 「株式会社アーバンコーポレイション 倒産速報」(2008.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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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싼 돈이 있었다. 그 돈의 가격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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