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onstone Insight · 돈은 왜 움직이는가
평소에는 외면받던 통화가 위기의 순간에는 왜 갑자기 비싸질까?
WHAT | 월요일 오후의 도쿄
2024년 8월 5일 월요일, 닛케이225는 하루에 4,451포인트, 12.4% 떨어졌다. 하락폭으로는 역대 최대였다.
같은 시간 외환시장에서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7월 초 달러당 161엔대까지 약해졌던 엔화가 이날 한때 142엔 안팎까지 강해졌다. 한 나라의 주식이 무너지는 날 그 나라의 통화가 오른 것이다. 보통은 문제가 생기면 자본이 빠져나가고 통화가 약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상해 보인다. 답은 일본 경제가 갑자기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다.
WHY | 누가 엔화를 사고 있는가
“안전자산 선호로 엔화가 강세”라는 설명으로는 돈의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 위기의 순간 엔화를 사는 돈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 엔화를 빌린 투자자의 청산. 해외자산을 팔고, 외화를 팔고, 엔화를 사서 빚을 갚는다. 평소 엔화를 파는 거래가 위기에서는 엔화를 사는 거래로 바뀐다. 국적은 상관없다.
둘째, 일본 투자자의 행동. 해외자산을 팔아 돈을 가져오거나, 환헤지 비율을 높이면서 엔화를 산다.
2024년 8월을 흔든 것은 주로 첫째 길이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직전 외환 캐리 거래 규모를 약 40조 엔(2,500억 달러)으로 추정하면서, 자료 공백 때문에 실제보다 낮게 잡혔을 수 있다고 밝혔다.
조건이 한꺼번에 모였다. 7월 11~12일 일본 당국의 5.53조 엔 엔화 매수 개입, 7월 31일 일본은행의 0.25% 인상,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와 부진한 고용지표. 금리 차이가 좁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퍼지자 흐름은 스스로를 강화했다.
금리차 축소 기대 → 캐리 청산 → 엔화 재매수 → 엔화 강세 → 환손실 확대 → 추가 청산
BIS는 레버리지 거래의 청산이 미국의 부진한 지표에 대한 초기 반응을 증폭시켰다고 설명한다. 원인은 하나가 아니었다. 시장은 하나의 큰 원인보다, 여러 포지션이 같은 순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크게 흔들린다.
8월 7일,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가 “금융·자본시장이 불안정할 때는 정책금리를 올리지 않는다”고 말하자 시장은 진정되기 시작했다. 시장이 본 것은 현재의 금리가 아니라 앞으로의 금리 경로였다. 환율은 현재의 금리차, 앞으로의 금리차에 대한 기대, 그리고 이미 쌓여 있는 포지션이 만나는 가격이다.
같은 구조는 반복됐다. 2008년 금융위기에는 첫째 길이 열렸다. 진원지는 미국이었지만 엔화를 빌려 위험자산을 산 포지션이 줄면서 엔화가 올랐다. 일본이 위기의 승자라는 뜻이 아니다. 세계 금융시장의 부채 구조가 환율에 드러난 것이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뒤에는 일본의 돈이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엔화가 3월 17일 한때 달러당 76.25엔까지 올랐고, 다음 날 G7이 공동 개입했다. 대외순자산이 많다는 사실(2025년 말 약 562조 엔)과 위기 때 돈이 실제로 돌아온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엔화가 늘 강해지는 것도 아니다. 2022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위험회피에도 엔화가 크게 약해졌다. 미국이 빠르게 금리를 올리는 동안 일본은행은 초저금리를 유지했고, 에너지 가격 상승이 수입국 일본의 무역수지를 압박했다. 금리차와 자금의 힘이 ‘위기 = 엔화 강세’라는 공식보다 강했다.
WATCH | 환율은 손익보다 먼저 현금흐름을 본다 (2026년 10월 기준)
금융 현장에서는 외화 노출의 방향, 실제 헤지 비율과 만기, 그리고 가장 나쁜 날을 견딜 수 있는지를 본다. 1,000만 달러를 결제해야 하는 수입기업이 70%만 헤지했다면 남은 300만 달러가 위험이고, 환율이 20엔 움직이면 6,000만 엔의 차이가 생긴다. 헤지 계약이 끝난 뒤 같은 조건으로 다시 헤지할 수 있는지도 본다. 평균적인 변동은 위험을 과소평가한다. 2024년 여름처럼 한 달 사이 20엔 가까이 움직이는 날은 평균에서 보이지 않는다. 심사에서 중요한 것은 ‘평균적으로 괜찮은가’가 아니라 가장 불리한 날에도 현금이 부족해지지 않는가다.
지금 상황도 같은 원리로 읽힌다. 2026년 9월 16일 연준이 정책금리를 3.75~4.00%로, 18일 일본은행이 1.25%로 올렸다. 그런데 결정 직후 엔화는 오히려 달러당 157엔대로 약해졌다. 반대 2표가 나오면서 추가 인상이 빨리 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퍼졌기 때문이다. 그보다 앞선 9월 초에는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에 엔화가 160엔대에서 154엔대까지 강해진 적도 있다. 엔화를 움직인 것은 인상 자체가 아니라 앞으로의 경로에 대한 기대였다.
볼 것은 금리차의 경로, 엔 캐리 포지션의 쏠림, 일본 투자자의 헤지 행동, 그리고 변동성이다.
IRONSTONE INSIGHT | 환율은 국가의 점수가 아니라 돈의 방향이다
환율 뒤에는 그 통화로 빌린 돈과, 그 통화로 갚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
이 나라는 강한가보다, 이 통화로 얼마나 많은 빚이 쌓여 있는가.
KEY TERMS
캐리 트레이드 청산 저금리 통화로 조달해 고금리 자산에 투자했던 거래를 되돌리는 과정. 조달통화를 다시 사야 하므로 그 통화의 강세를 부를 수 있다.
조달통화 캐리 트레이드에서 자금을 빌리는 데 쓰는 저금리 통화. 엔화는 오랫동안 대표적인 조달통화였다.
SOURCES
- BIS, “The market turbulence and carry trade unwind of August 2024,” BIS Bulletin No. 90 (2024.8)
- 日本銀行, 内田副総裁 講演(函館, 2024.8.7)
- Reuters, “History of Japan’s intervention in currency markets”
- 財務省, 「令和7年末現在 本邦対外資産負債残高」
- 共同通信, 「東京円、一時157円台 日銀利上げ後に円相場下落」(2026.9.18)
NEXT INSIGHT
같은 엔화라도 빌린 돈과 자기 돈은 움직임이 다르다. 다음 글에서는 돈의 양이 아니라 성격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