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주택금융
막힌 돈은 사라지지 않고, 다른 길을 찾았다
집값이 빠르게 오르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정책 가운데 하나가 있습니다.
대출 규제입니다.
논리는 직관적입니다. 빌리기 어려워지면 살 수 있는 사람이 줄고, 수요가 줄면 가격 상승도 진정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대출 규제는 효과가 비교적 빠르게 금융시장에 전달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주택 공급처럼 수년을 기다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부동산 과열 국면에서 반복적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한국은 이 방법을 상당히 적극적으로 사용해 온 나라입니다.
그렇다면 이 정책은 정말 집값을 잡았을까요?
그리고 일본은 왜 지금 한국과 다른 방식으로 주택금융을 관리하고 있을까요?
1편에서는 한국의 대출 규제가 왜 복잡해졌는지, 그리고 일본이 30여 년 전 부동산으로 가는 신용을 직접 막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보겠습니다.
2편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대출 규제가 누가 집을 살 수 있는가를 어떻게 바꾸는지 보겠습니다.
지금 한국의 대출 규제는 얼마나 강한가
2026년 현재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는 주택가격에 따라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의 최대한도가 달라집니다.
- 15억원 이하: 최대 6억원
-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최대 4억원
- 25억원 초과: 최대 2억원
일반 차주(무주택자)의 규제지역 LTV는 40%이고, 은행권에서는 DSR 규제가 적용됩니다.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에는 미래 금리 상승 가능성을 반영하는 스트레스 DSR도 강화되어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10월 16일부터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의 스트레스 금리 하한을 1.5%에서 3.0%로 높였습니다. (금융위원회)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이 있습니다.
대출 가능액을 결정하는 기준이 차주의 소득과 상환능력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집값 자체가 별도의 대출 상한을 만듭니다.
같은 20억원짜리 집을 산다면 소득이 1억원인 사람과 3억원인 사람 모두 주택가격 기준으로는 최대 4억원이라는 상한의 영향을 받습니다.
물론 실제 대출 가능액은 DSR과 은행의 자체 심사를 거쳐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 방향은 어렵습니다.
소득과 상환능력이 충분하더라도 정책상 절대한도를 넘어 더 빌릴 수는 없습니다.
이 차이가 시장에서 어떤 효과를 만드는지는 2편에서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이 직접 규제를 강화하게 된 배경
전세와 갭투자: 은행 밖에서 오는 레버리지
한국에서 부동산을 오래 보다 보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눈에 띄는 구조가 하나 있습니다.
집을 살 때 필요한 돈이 은행에서만 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전세보증금입니다.
전세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큰 목돈을 맡기고 일정 기간 거주하는 구조입니다.
금융적으로 보면 집주인은 그 돈을 상당 기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보증금만큼의 자금을 세입자로부터 제공받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생깁니다.
숫자로 단순하게 보겠습니다. (가상의 사례입니다.)
- 매매가 10억원
- 전세보증금 7억원
- 매수자 자기자본 3억원
매수자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않고도 자기 돈 3억원으로 10억원짜리 주택을 보유할 수 있습니다.
집값이 10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오른다면 자산가격 상승분은 1억원입니다.
자기자본 3억원을 기준으로 보면 상당한 레버리지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것이 갭투자의 기본 구조입니다.
문제는 가격이 반대로 움직일 때입니다.
집값이 떨어지거나 새로 받을 수 있는 전세보증금이 기존 보증금보다 낮아지면 집주인은 부족한 돈을 다른 곳에서 마련해야 합니다.
그 돈이 없다면 위험은 세입자에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즉 은행 장부에 주택담보대출이 적게 잡혀 있어도 주택시장 전체에는 다른 형태의 레버리지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출 규제가 복잡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은행 창구 하나를 막는다고 주택시장으로 들어가는 모든 신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규제는 우회로를 뒤쫓으며 쌓였다
한국의 주택대출 규제는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시장과 금융이 변할 때마다 새로운 기준이 추가됐습니다.
큰 흐름만 보면 비교적 단순합니다.
먼저 LTV는 담보가치에 비해 대출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습니다.
하지만 담보가 충분하다고 해서 실제로 돈을 갚을 능력까지 충분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DTI를 통해 소득 대비 주택대출의 상환부담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차주에게 주택담보대출 외에도 신용대출이나 자동차대출 등 다른 부채가 많다면 주택대출 중심의 지표만으로는 전체 부담을 충분히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DSR은 차주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을 보다 폭넓게 반영합니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간 것이 스트레스 DSR입니다.
지금 금리에서는 갚을 수 있더라도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어떻게 되는지까지 미리 계산합니다.
결국 흐름을 네 단어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볼 때도 결국 같은 방향으로 질문이 확장됩니다.
담보가 충분한가.
소득으로 갚을 수 있는가.
다른 빚까지 합쳐도 괜찮은가.
금리가 올라가도 버틸 수 있는가.
그런데 금융에는 언제나 다음 질문이 따라옵니다.
한쪽의 길을 막으면 돈은 정말 사라질까?
일본의 경험이 이 질문에 중요한 단서를 줍니다.
일본은 이미 강한 부동산 신용규제를 경험했다
지금 한국의 개인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1990년 일본의 규제를 그대로 같은 것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대상도 방식도 다릅니다.
하지만 일본 역시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신용을 정책적으로 직접 줄이는 강력한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1980년대 후반: 땅값이 담보를 키우고, 담보가 대출을 키웠다
1980년대 후반 일본에서는 주가와 땅값이 빠르게 상승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담보가치가 올라갑니다.
담보가치가 올라가면 금융기관은 더 많은 돈을 빌려줄 수 있습니다.
그 돈이 다시 부동산과 주식으로 들어가면 가격이 더 올라갑니다.
구조는 단순합니다.
→ 담보가치 상승
→ 대출 증가
→ 자산 매입 증가
→ 다시 가격 상승
한국과 일본의 은행에서 기업과 부동산 대출을 오래 보다 보면 위험한 순간은 숫자가 나빠졌을 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모든 숫자가 좋아 보일 때 나타나기도 합니다.
상환능력보다 “담보가격이 계속 오르니 괜찮다”는 생각이 앞서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담보가 현금흐름을 대신하기 시작하면 대출은 빠르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내려가면 같은 구조가 반대로 작동합니다.
1990년: 부동산 융자 총량규제
1990년 3월 27일 일본 대장성은 금융기관에 대해 부동산업 대출 증가율을 전체 대출 증가율 이하로 억제하도록 하는 이른바 부동산 융자 총량규제를 통달했습니다.
건설업과 논뱅크는 양적 규제 대상이 아니었고, 대출 상황을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이 규제는 1991년 12월 20일에 해제되었습니다. 일본 재무성의 금융행정 기록은 이 조치를 1973년 이후 17년 만의 총량규제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財務省, RIETI)
당시는 일본은행도 이미 통화긴축에 들어간 시기였습니다.
일본은행은 1989년 5월 31일 공정보합을 2.5%에서 3.25%로 올리며 긴축을 시작했고, 총량규제가 나오기 1주일 전인 1990년 3월 20일에는 3.75%에서 5.25%로 다시 올렸습니다. (日本銀行)
즉 금리 상승으로 금융환경이 바뀌는 상황에서 부동산으로 향하는 신용까지 강하게 제한된 것입니다.
규제의 영향은 숫자로도 나타났습니다. 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업 대출 증가율은 1990년 3월 말 전년 대비 15.3%에서 6월 말 10.0%로 낮아졌습니다. (RIETI)
다만 같은 시기에 금리 인상과 주가 하락이 겹쳤기 때문에 총량규제의 효과만 따로 떼어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총량규제가 일본 버블을 터뜨렸을까
여기서는 단순하게 결론 내리기 어렵습니다.
금리 인상, 주가 하락, 부동산 신용규제, 이미 과도하게 오른 자산가격이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총량규제가 가격 하락을 가속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반대로 이미 꺼지기 시작한 버블에 추가적인 제동이 걸렸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원인을 하나로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금융적으로 더 흥미로운 현상이 따로 있습니다.
규제를 피한 돈은 다른 길을 찾았다
총량규제가 실시됐다고 해서 부동산으로 가는 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본의 토지 관련 연구에서는 주택금융전문회사(住専)와 농협계 금융기관이 규제 대상 밖에 있었고, 이 통로를 거쳐 부동산으로 자금이 계속 흘러갔다고 지적합니다. (土地総合研究, 2017)
1990년 9월에는 해외 점포 명의의 엔화 대출이 부동산업에 실행되고 있는 것이 드러나, 이를 규제 범위에 포함하도록 통달이 고쳐졌습니다. (RIETI)
그리고 주택금융전문회사의 부실채권은 이후 1995년 6월 말 기준 전체 8조 4천억엔, 이 가운데 회수 불능이 6조 3천억엔에 달했습니다. (財務省)
여기서 하나의 중요한 원칙이 보입니다.
돈을 막는다고 돈이 반드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다른 길을 찾습니다.
한국의 전세 구조와 일본의 주택금융전문회사·농협계 우회 통로는 전혀 같은 제도가 아닙니다.
하지만 금융의 관점에서는 공통된 질문을 남깁니다.
은행의 한 길을 막았을 때 전체 레버리지는 줄어드는가, 아니면 다른 형태로 이동하는가.
대출은 늘릴 때보다 줄일 때가 더 어렵다
은행에서 대출을 관리할 때도 대출을 늘리는 것보다 줄이는 과정이 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시장 전체가 상승하고 있을 때는 자산을 팔 수도 있고, 다른 금융기관에서 대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이 동시에 대출을 줄이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 매수여력 감소
→ 자산가격 하락
→ 담보가치 하락
→ 추가 대출 축소
상승기의 순환이 거꾸로 돌아갑니다.
한 금융기관이 위험한 대출을 줄이는 것은 정상적인 위험관리입니다.
그러나 시장 전체가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신용수축 자체가 자산가격 하락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대출을 줄일 것인가”만이 아닙니다.
어떤 대출을, 어느 정도의 속도로, 어떤 경로를 통해 줄일 것인가도 중요합니다.
너무 늦게 줄이면 버블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빠르게 줄이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일본은 어떻게 대출을 볼까
현재 일본의 주택금융은 한국처럼 정부가 주택가격 구간별로 대출 절대한도를 촘촘하게 정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민간 금융기관이 차주의 소득, 근속기간, 상환부담률, 연령, 담보가치 등을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2025년 10~12월에 실시한 조사(994개 금융기관 회신)에서도 연소득 94.2%, 근속기간 93.9%, 상환부담률 90.9%, 담보평가 91.0%의 금융기관이 해당 항목을 주택대출 심사에서 고려한다고 답했습니다. (国土交通省)
다만 이를 “1990년 총량규제가 실패했기 때문에 일본이 지금의 방식을 선택했다”라고 단순하게 연결해서는 안 됩니다.
그 사이 일본은 장기간의 저성장과 부동산가격 정체, 초저금리, 인구 감소, 금융기관 간 경쟁이라는 전혀 다른 환경을 경험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을 비교할 때 중요한 것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제도의 차이인지, 시장 환경의 차이인지 나눠서 봐야 합니다.
1편 정리
한국의 대출 규제는 가격 상승 → 신용 증가 → 추가 매수 → 다시 가격 상승하는 순환을 억제하려는 목적에서 강화되어 왔습니다.
규제의 시선도 점점 넓어졌습니다.
하지만 한국에는 전세보증금이라는 은행 밖의 자금조달 구조도 있습니다.
은행 대출을 줄인다고 시장 전체의 레버리지가 반드시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의 1990년 총량규제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부동산으로 가는 은행 신용을 직접 줄였지만 일부 돈은 규제 밖의 다른 금융경로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자산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상승기에 작동했던 담보가치 상승 → 대출 증가가 담보가치 하락 → 신용 수축으로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대출규제를 볼 때 중요한 것은 강하냐 약하냐만이 아닙니다.
어떤 신용을 막고, 어떤 신용을 남기며, 막힌 돈이 어디로 이동하는가.
여기까지는 “왜 대출을 막는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규제가 바꾸는 것은 집값만이 아닙니다.
누가 집을 살 수 있는가도 바뀝니다.
같은 20억원짜리 집을 두고, 높은 소득은 있지만 아직 자산이 많지 않은 사람과 소득은 상대적으로 낮아도 이미 많은 자산을 가진 사람 가운데 대출규제가 강해질수록 누가 더 큰 영향을 받을까요?
2편에서는 바로 이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간단 용어 정리
LTV: 집값 대비 대출의 비율입니다. LTV 40%라면 담보가치 10억원을 기준으로 4억원 수준입니다.
DSR: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등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과 비교하는 지표입니다.
스트레스 DSR: 현재 금리뿐 아니라 앞으로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까지 반영해 대출 가능액을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총량규제: 1990년 일본에서 시행된 부동산 신용규제입니다. 금융기관의 부동산업 대출 증가율을 전체 대출 증가율 이하로 억제하도록 했습니다.
참고자료
- 금융위원회,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자료 — fsc.go.kr
- 일본 재무성, 금융행정사(개설) — mof.go.jp
- 일본은행, 기준할인율 및 기준대부이율 추이 — boj.or.jp
- RIETI, 마크로프루덴셜 정책 관점에서 본 1990년대 부동산업 — rieti.go.jp
- 土地総合研究 2017년 여름호, 일본의 토지 버블과 공적 대응 — lij.jp
- 일본 국토교통성, 「民間住宅ローンの実態に関する調査」 — mlit.g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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