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onstone Insight · PART 2 세계사와 자본 · Chapter 9
1989년 가을, 일본 기업이 뉴욕 록펠러센터의 지배 지분을 사들였고 소니는 할리우드 영화사 인수를 발표했습니다. 그 무렵 이런 말이 돌았습니다. “도쿄의 땅을 팔면 미국을 살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말이 통계가 아니라는 겁니다. 어떤 버전은 도쿄 전체, 어떤 버전은 황거 부지이고 비교 대상도 미국 전체나 캘리포니아로 제각각입니다. 그래도 이 말은 중요한 질문 하나를 던집니다. 땅값을 다 더한 숫자만큼, 그 땅을 전부 팔아 현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땅값을 다 더한 숫자가 곧 팔아서 받을 돈은 아니다
건물 한 채가 높은 값에 거래되면 주변 건물의 평가액도 함께 오릅니다. 팔지 않은 사람도 서류상으로는 재산이 늘어난 셈이 됩니다. 하지만 그 거래가격에는 그 순간의 매수자와 자금 조달 조건이 들어 있습니다. 모두가 한꺼번에 팔려고 내놓으면, 가격은 사려는 사람이 아니라 쏟아지는 매물의 양에 따라 정해집니다.
일본은행 연구에 따르면 닛케이225는 1989년 말 약 3만 8,915까지 올랐고, 6대 도시 상업지 지가는 1990년 9월에 정점을 찍었습니다. 주가가 먼저 정점을 찍었고, 땅값은 아홉 달쯤 뒤에 정점을 찍었습니다.
땅값이 오르면 대출이 늘고, 대출이 늘면 땅값이 올랐다
금융 자유화로 대기업이 회사채와 주식으로 돈을 조달하자, 은행에는 새 고객이 필요했습니다. 중소기업과 부동산 관련 대출이 중요해졌고 토지 담보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개별 은행에는 한 건 더 빌려주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여러 은행이 같은 시장에 기대면 위험은 분산되지 않습니다.
단순한 가정으로 계산해 봅니다. 100억 엔 부동산에 70억 엔을 빌려주면 담보인정비율(LTV)은 70%입니다. 평가액이 140억 엔이 되면 같은 비율로도 대출 가능액은 98억 엔이 됩니다. 늘어난 차입 여력이 다음 매입을 돕고, 그 매입이 주변 가격을 다시 올립니다. 대출이 가격을 올리고, 오른 가격이 다시 대출을 늘리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가격이 100억 엔으로 돌아오면 LTV는 98%, 80억 엔까지 내려가면 담보를 전부 팔아도 원금을 회수하기 어렵습니다. 임대사업이 흔들리는 시기에는 건물 매각가도 함께 내려갑니다. 임대료 수입과 담보라는 두 가지 안전장치가 동시에 약해지는 것입니다.
팔기도, 다른 대출로 갈아타기도 어려워졌을 때
1989년 5월부터 일본은행은 금리를 올렸고, 1990년 3월에는 대장성이 부동산업 대출 증가율을 전체 대출 증가율 이내로 묶는 총량규제를 내놓았습니다. 이 규제 하나가 버블을 하루 만에 터뜨린 것은 아닙니다. 주가가 먼저 꺾였고, 금리와 기대와 자금 사정이 함께 변했습니다.
만기에 건물을 팔거나 새 대출로 갈아타서 갚겠다는 계획의 대출이 있다고 해 봅시다. 다음 매수자의 구매력이 줄면 매각가가 내려가고, 담보 평가도 내려가 차환 한도가 줄어듭니다. 파는 길도, 다른 대출로 갈아타는 길도 결국 건물 가격에 달려 있으니 함께 막히는 것입니다.
은행 현장에서 보면: 건물값보다 ‘무엇으로 갚을지’를 먼저 본다
부동산 대출을 볼 때는 건물이 얼마짜리인지와 빌려준 돈이 어떻게 돌아올지를 따로 봅니다. 임대료로 갚을지, 만기에 팔지, 갈아탈지에 따라 확인할 위험이 다릅니다. “담보는 충분하다”는 문장 앞에는 늘 ‘현재 평가로는’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연 순영업소득(NOI)이 5억 엔인 건물을 환원율 5%로 나누면 100억 엔, 4%를 적용하면 125억 엔입니다. 건물이 버는 돈은 그대로인데 투자자가 요구하는 수익률이 낮아져 가격만 오른 것입니다. 가격이 오른 것과 사업이 좋아진 것은 다른 현상이라는 뜻입니다.
Ironstone Insight
건물의 평가액은 지난번 거래 가격에서 나오지만, 실제로 돌려받을 돈은 다음에 살 사람의 주머니에서 나옵니다. 높은 가격이 추가 대출의 근거가 되고 그 대출이 다시 가격을 지탱할 때 위험이 커집니다. 모두가 같은 시장의 가격에 기대고 있을수록, 필요할 때 다 함께 빠져나오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질문을 남깁니다. 가격이 더 오르지 않아도 이 거래는 현금으로 유지될까요? 그리고 팔아야 할 때, 다음 매수자는 무엇으로 그 값을 치를까요?
간단 용어정리
- 환원율(Cap Rate) 연 순영업소득을 가격으로 나눈 비율. 같은 소득이면 환원율이 높을수록 가격은 낮아진다
- 순영업소득(NOI) 임대료 등 수입에서 운영비를 뺀 금액. 대출 원리금을 갚는 첫 번째 재원
- 총량규제 1990년 대장성이 부동산업 대출 증가율을 전체 대출 증가율 이내로 억제하도록 요구한 조치
출처
- 일본은행 자산가격 버블 관련 연구(닛케이225·시가지지가격지수)
- 호시 다케오·아닐 카시압, 일본 은행위기 연구
- 대장성 총량규제 통첩(1990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