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은 가격이 아니라 신용에서 먼저 시작되나

Ironstone Insight · 돈은 왜 움직이는가

경제 호황이라는 착각은 어떻게 은행의 장부에서 시작되는가?

WHAT | 1989년 도쿄, 마지막 거래일

1989년 12월 29일, 닛케이225는 38,915엔으로 장을 마쳤다. 사상 최고치였다. 그 기록을 다시 넘은 것은 34년 뒤인 2024년 2월 22일이었다.

땅값도 치솟았다. 사람들은 일본이 그만큼 부자가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산성과 현금흐름이 그만큼 늘었는가? 그건 아니었다. 가격을 밀어 올린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려면 시세표보다 은행의 장부를 먼저 봐야 한다.

WHY | 버블의 연료, 신용

대기업이 자본시장으로 옮겨 가자 은행은 새 대출처를 찾았고, 그중 하나가 부동산이었다. 1999년 미국 잭슨홀 연설에서, 일본은행 야마구치 유타카 부총재는 1980년대 후반 광의통화가 연 10% 늘어나는 동안 부동산 관련 은행대출은 연 20%씩 늘었다고 했다. 경제 전체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신용이 한 시장에 몰린 것이다.

그런데 물가는 조용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88년까지 3년 동안 0에 가까웠고, 공정할인율은 1987년 2월 2.5%까지 내려간 뒤 1989년 5월까지 그대로였다. 물가가 안정돼 있었지만, 자산시장에는 위험이 쌓이고 있었다.

토지 담보 대출에는 자기강화 구조가 생긴다.

신용 확대 → 부동산 매수 → 가격 상승 → 담보가치 상승 → 추가 신용 → 다시 부동산 매수

이토 다카토시와 이와이사코 도쿠오의 연구에서는 자산가격의 초기 상승이 부동산 대출의 급증에서 비롯됐고, 1987년 중반부터 1989년 중반까지의 가격 상승은 펀더멘털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현금흐름이 좋아져서 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돈을 더 빌릴 수 있고 그 돈 때문에 다시 가격이 오른다. 일반적인 호황과 금융버블의 다른 차이다.

이때부터 대출의 판단 기준은 ‘이 자산이 스스로 돈을 버는가’에서 ‘앞으로 더 비싸질 것인가’로 옮겨 갔다. 돈은 은행에서 논뱅크(비은행권)와 주택금융전문회사(주센)를 거쳐 부동산업자와 토지로 흘러갔다.

밸브가 닫힌 것은 1989년이었다. 5월 31일부터 공정할인율이 2.5%에서 3.25%로 오른 뒤 10월엔 3.75%, 12월엔 4.25%, 1990년 3월엔 5.25%, 8월이 되자 6.0%까지 빠르게 올랐다. 1990년 3월 27일 대장성은 부동산 대출을 억제하는 총량규제를 내렸다. 올라갈 때 서로를 밀어 올리던 가격과 신용이 이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끌어내렸다.

가격 하락 → 담보가치 하락 → 대출 여력 축소 → 자산 매각 압력 → 추가 가격 하락 → 금융기관의 손실 확대

다만 총량규제는 주센과 농협계 금융기관을 제외했었기에, 돈은 규제가 닿지 않는 길을 찾았다.

일본 정부의 정책이 처음부터 건강한 시장을 갑자기 무너뜨린 것은 아니었다. 이미 신용과 자산가격 사이에 쌓인 불균형 위에서 금융조건이 바뀐 것뿐이었다. 반대로 저금리 하나를 모든 원인으로 보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야마구치 부총재는 금리 수준 그 자체보다, 저금리가 계속 될 것이라는 시장의 믿음과 시장 불균형 위험에 대한 경고가 꾸준하지 못했던 점이 더 큰 원인이었다고 돌아봤다.

이런 상승과 하락의 연쇄 고리는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0년대 미국의 주택시장과 2010년대 중국의 부동산에서도 담보가치 상승과 신용팽창이 서로를 키워내는 모습이 시대와 시장이 달라도 구조적으로 계속 나타났다.

WATCH | 담보는 두 번째 상환재원이다 (2026년 10월 기준)

일본의 버블 붕괴가 남긴 은행의 심사 원칙의 변화는 단순하다. 우선, 고정 현금흐름이 먼저다. 감정가 10억 엔의 건물을 담보로 8억 엔을 빌렸는데 임대수입이 이자를 겨우 낼 정도라면, 이 대출은 건물이 오를 때만 안전하다. 대출 하나하나가 안전해 보여도, 금융기관 전체가 같은 담보와 같은 가격 전제에 기대고 있다면 그것은 다른 종류의 위험이다. 어떤 은행의 부동산 관련 대출이 전체 대출보다 몇 년째 두 배 빠르게 늘고 있다면, 개별 심사를 모두 통과했더라도 포트폴리오 전체는 같은 위험 위에 서 있다.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둔다. 연 20%와 연 10%의 비교만으로 신용이 가격을 끌어올렸는지, 오르는 가격이 신용 수요를 끌어냈는지 가릴 수는 없다. 이 글이 보여 주고 있는 것은 두 힘이 서로를 키우는 고리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설명은 결과를 아는 사람의 사후 해석일 뿐이다. 당시에는 가격이 오르는 게 정상처럼 보였다.

가격보다 먼저 볼 것은 다섯 가지다. 특정 업종 대출의 증가 속도, 대출의 사용처, 담보 의존도, 규제를 피한 신용의 우회로, 그리고 자산가격과 현금흐름의 거리. 지금의 일본에서도 부동산 관련 대출이 전체 대출보다 빠르게 늘고 있는지는 일본은행의 업종별 대출 통계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IRONSTONE INSIGHT | 버블은 가격보다 신용에서 먼저 보인다

누가 빌려주고 있는가. 얼마나 빠르게 늘고 있는가. 무엇을 믿고 빌려주고 있는가.

시세표는 버블이 커진 뒤에야 보여 준다. 대출 장부는 그보다 먼저 신호를 보낸다.

KEY TERMS

신용팽창 은행대출 등을 통해 신용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는 현상. 특정 자산시장에 몰리면 가격 상승을 증폭시킨다.

총량규제(総量規制) 1990년 3월 대장성이 부동산업 대출의 증가율을 전체 대출 증가율 이하로 억제하도록 한 조치. 1991년 12월 해제됐다.

SOURCES

  • Yutaka Yamaguchi, “Asset Price and Monetary Policy: Japan’s Experience,” Jackson Hole Symposium (1999.8)
  • Ito & Iwaisako, “Explaining Asset Bubbles in Japan,” NBER Working Paper No. 5358 (1995)
  • 日本銀行, 「基準割引率および基準貸付利率の推移」
  • 大蔵省銀行局長通達, 「土地関連融資の抑制について」(19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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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움직이는 원리는 여기까지다. 다음 시리즈에서는 이 원리가 작동하는 무대, 1944년에 만들어진 국제금융의 질서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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